[운곡친필1]
贊趙相國胖 時相國以義制强暴之徒 被其所辱 尋蒙上恩免禍 조반(趙胖)1) 상국(相國)2)을 칭찬함. 이때 조반 상국이 의롭게 강포한 무리들을 제압하다가 그들에게 치욕을 당했는데, 얼마 되지 아니하여 임금의 은혜를 입어 화를 면했다.3)
早有澄淸天下志 일찍이 천하(天下)를 맑게 할 뜻이 있어
慨然將欲掃凶姦 흉악하고 간사한 자들을 소탕하려 했었네.
忠懸兎走烏飛上 충성(忠誠)은 해와 달 위에 빛나니
氣塞鳶飛魚躍間 기운이 연비어약(鳶飛魚躍)4) 사이에 가득하네.
發憤初經觸蠆尾 처음엔 화를 내어 전갈 꼬리에 부딪히다가
感恩時復拜龍顔 임금님 은혜로 다시 용안(龍顔)에 절하였네.
史臣應秃三千筆 사신(史臣)5)의 삼천(三千) 붓이 닳아 없어지리니
保國功名重泰山 나라 보전한 공명(功名)이 태산보다도 무겁네.
1) 조반(趙胖,1341~1401) ; 고려 말~조선 초의 문신. 중국 원(元)나라 연경(燕京)에서 공부하여 한어(漢語)와 몽골어에 능하였다. 이성계를 추대하여 개국 2등 공신으로 복흥군(復興君)에 봉하여졌다.
2) 상국(相國) : 고려시대 종2품 이상의 관원(官員)을 가리키던 재상(宰相)의 또 다른 칭호.
3) 임견미(林堅味)・염흥방(廉興邦) 등이 조반(趙胖)을 무고(誣告)하여 조반을 투옥하였는데 우왕(禑王)이 조반을
석방하고 전횡을 일삼던 임견미· 염흥방 일당을 처벌한 무진년(1388년)의 사건을 말한다.
4) 연비어약(鳶飛魚躍) :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 천지 만물은 자연의 바탕에 따라 움직여 저절로
그 즐거움을 얻는다는 말. 곧 도(道)는 천지에 가득 차 있다는 뜻이다.
5) 사신(史臣) ; 사관(史官). 국사를 편찬하기 위해 사초(史草)를 작성하는 관리.
[운곡친필2] 前夜 天之東西隅有赤氣
지난 밤 하늘 동쪽・서쪽 모퉁이에 붉은 기운이 있기에.
昨夜天東西 어젯밤 하늘 동쪽・서쪽에
赤氣互明滅 붉은 기운이 서로 깜박거려
昏昏行路間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동안
照耀如白月 마치 달빛같이 환히 비췄네.
初疑橫紫雲 처음에는 보랏빛 구름이 비끼더니
漸若火焰烈 차츰 불꽃처럼 맹렬해.
仰視天宇深 먼 하늘을 깊이 우러러보자
遠射光彌潔 멀리 쏘는 그 빛이 더욱 밝았네.
所見異於常 드러난 기운이 신기하고도 이상하여
變化安能說 그 변화를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方知表吉祥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난 것을 비로소 알고
記取不忘訣 사라지더라도 기록하여 잊지 않으려 하네.
書寂峰禪者卷 借牧隱韻 二首
적봉(寂峰) 신원(信圓)1) 선자(禪者)2)의 시권(詩卷)에 씀. 목은(牧隱) 이색(李穡)3)의 운(韻)을 빌림. 두 수.
上人叅得薄伽婆 상인(上人)4)은 이미 바가바(薄伽婆)5)를 얻었으니
秪樹淸陰借一柯 지수(秪樹)6)의 맑은 그늘에 가지 하나를 빌렸네.
閴爾安居知有意 고요한 안거(安居)7)에 뜻 있는 줄 알겠으니
厭聞人海起風波 많은 사람에게 일어나는 풍파가 듣기 싫으실 테지.
濟苦興悲似老婆 괴로움 제도하고 자비 일으킴이 노파심 같아
已曾驚破夢南柯 이미 일찍이 남가일몽에 놀라 깨어났네.
一堆蒼翠寥寥處 한 덩어리의 싱싱하게 푸르며 고요하고 쓸쓸한 그곳
心似氷輪照碧波 마음이 푸른 물결을 비추는 맑은 달과 같다네.
1) 신원(信圓) : 고려 말 조선 초의 승려. 법호(法號)는 적봉(寂峰), 당호(堂號)는 청풍헌(淸風軒).
무학(1327~1405) 대사의 제자이다. 나옹(懶翁)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을 유력(遊歷)하였다. 2) 선자(禪者) : 참선(參禪)을 수행(修行)하는 스님. 3) 이색(李穡,1328~1396) ; 호는 목은(牧隱). 원나라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지제고(翰林知制誥)를 지내고 귀국, 1375년(우왕1)에 정당문학(政堂文學)・판삼사사(判三司事)를 역임했다. 포은 정몽주・야은 길재와 함께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다. 4) 상인(上人) : 지혜와 덕을 겸비한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 5) 바가바(薄伽婆, 婆伽婆) ; 석가모니를 높여 부르는 말. 6) 지수(秪樹, 祗樹) ; 지수급고독원(祗樹給孤獨園)의 약칭. 부처가 설법(說法)한 정사(精舍). 7) 안거(安居) :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 동안 수행에 전념하는 것.
[운곡친필3] 送笑巖悟師叅方 借牧隱韻 참방(參方)1) 가는 소암(笑巖) 오(悟) 선사(禪師)2)를 보내며. 목은 이색의 운(韻)을 빌림.
休將有限趂無涯 유한(有限)함으로 무애(無涯)3)를 쫓지 마시게 燕坐觀空可以爲 편안히 앉아 허공을 바라만 봐도 할 수 있다네. 此去必應多所得 이제 떠나면 반드시 얻는 것이 많으리니 還家說法問何時 집에 돌아와 설법할 때는 언제쯤 되려나. 東坡云 동파(東坡)4)가 이르기를 脚力盡時山更好 “다리 힘이 다할 때면 산이 더욱 좋겠지만 莫將有限趂無窮 유한한 몸으로 무궁한 것을 쫓아가지 마시게.”라고 하였네.
1) 참방(參方, 參訪) ; 스승이 될 만한 스님들을 찾아뵙는 것.
2) 선사(禪師) : 고려시대 선종(禪宗)에서 승려의 두 번째 법계(法階). 높은 도(道)를 쌓은 승려를 높여 일컫는 말.
3) 무애(無涯) : 넓고 멀어서 끝이 없음.
4) 동파(東坡,1037~1101) ;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 北宋 소식(蘇軾)의 호. 아버지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삼소(三蘇)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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